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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으로 변신한 축구 선수들 #7 – 안드레아 피를로 (커리어, 전술, 감독 철학)

by heonyheon 2025. 10. 30.

안드레아 피를로는 이탈리아 축구 역사상 가장 우아한 플레이메이커 중 한 명으로 꼽힙니다. 선수 시절 중원에서의 천재적인 패싱과 경기 운영 능력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은퇴 후에는 유벤투스 감독으로 깜짝 선임되며 지도자 경력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삼프도리아와 튀르키예의 파티흐 카라귐뤼크 수페르 클뤼뷔(튀르키예어: Fatih Karagümrük Spor Kulübü)를 거치며 감독으로서의 자신만의 철학을 다듬어가고 있는 피를로의 커리어를 조명해 봅니다.

 

안드레아 피를로

중원의 마에스트로, 선수 커리어

안드레아 피를로는 1979년 이탈리아 브레시아에서 태어나 브레시아 칼초에서 프로 데뷔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했지만, 후방에서 경기를 조율하는 레지스타(Deep-lying playmaker)로 전환하면서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그는 인테르, AC 밀란, 유벤투스를 거치며 이탈리아 세리에 A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하였고, 세밀한 패스와 공간 창출 능력, 경기 조율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을 보여주었습니다. 피를로의 선수 커리어는 화려함 그 자체였습니다. AC 밀란 소속으로 UEFA 챔피언스리그 2회 우승(2003, 2007), 세리에 A 우승, 코파 이탈리아, 클럽 월드컵 등을 경험하였고, 유벤투스에서도 리그 4연패를 달성하며 전성기를 이어갔습니다. 대표팀에서는 2006년 독일 월드컵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하였으며, 특히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파넨카 킥’은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의 스타일은 빠르고 화려한 드리블보다는 경기의 흐름을 읽고, 정교한 롱패스와 킥으로 공격을 조율하는 전통적인 ‘플레이메이커’의 정수를 보여주었습니다. 은퇴 직전에는 미국 MLS 뉴욕 시티 FC에서 활약하며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였고, 많은 팬들과 동료들이 그를 ‘중원의 예술가’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유벤투스 깜짝 선임, 그리고 지도자 초반의 도전, 전술 특징

2020년 여름, 피를로는 유벤투스 U-23 팀 감독으로 선임된 지 단 9일 만에 1군 감독으로 깜짝 승격되며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놀라움을 안겼습니다. 당시 유벤투스는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을 경질한 직후였고, 구단은 구단 철학과 전통을 잘 이해하는 ‘내부 인사’ 피를로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감독 피를로는 선수 시절의 인텔리전스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포지셔널 플레이와 유기적인 빌드업 축구를 시도하였습니다. 3-4-1-2, 4-4-2 다이아몬드, 4-2-3-1 등 다양한 전술을 실험하였고, 특히 중원에서의 볼 점유와 조율에 강점을 보이려 했습니다. 하지만 팀 전력이 불안정했고, 경험 부족으로 인해 결과와 경기력 모두에서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였습니다. 2020–21 시즌, 세리에 A 4위,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이라는 실망스러운 성적에도 불구하고 코파 이탈리아와 슈퍼코파 이탈리아 우승이라는 두 개의 국내 컵 대회 우승은 피를로에게 값진 성과였습니다. 그러나 유벤투스는 리그 우승 탈환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자 피를로를 한 시즌 만에 경질하고, 알레그리를 재선임하게 됩니다. 피를로 본인도 이후 인터뷰에서 “내가 너무 이른 시기에 너무 큰 자리에 앉았다는 걸 인정한다. 하지만 이 경험은 내게 엄청난 배움이었다”라고 소회 하며, 감독으로서의 첫 시즌을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였습니다.

삼프도리아와 튀르키예에서의 재정비, 철학

유벤투스에서의 경험 이후, 피를로는 한동안 지도자 경력을 쉬다가 2022년 튀르키예의 파티흐 카라귐뤼크 수페르 클뤼뷔(튀르키예어: Fatih Karagümrük Spor Kulübü)의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다시 현장에 복귀하였습니다. 이 팀은 이스탄불을 연고로 한 중위권 클럽이지만, 피를로는 자신의 전술 실험과 팀 운영 능력을 시험할 수 있는 좋은 무대로 삼았습니다. 카라귐뤼크에서 피를로는 공격적인 포지션 플레이를 시도하며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하였습니다. 또한 외국인 선수들과의 소통,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방식 등 글로벌 무대에서 필요한 역량을 경험하며 지도자로서의 내공을 다졌습니다. 비록 팀 성적이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피를로는 실전 경험을 통해 이전보다 더 성숙한 전술적 사고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2023년 여름, 피를로는 다시 이탈리아 세리에 B의 삼프도리아 감독으로 선임되며 본국 무대에 복귀하였습니다. 삼프도리아는 세리에 A에서 강등된 직후였고, 피를로는 구단의 리빌딩을 책임지게 되었습니다. 그는 젊은 선수 육성과 점유율 높은 경기 운영을 통해 팀을 재정비하려 하였으나, 재정난과 선수단 구성 문제로 인해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였습니다. 결국 피를로는 2024년 삼프도리아에서 물러나며 차기 행보를 준비 중이며, 감독으로서의 철학과 전술적 완성도를 가다듬고 있는 단계에 있습니다.

안드레아 피를로는 선수 시절 중원의 지휘자로 찬사를 받았던 것처럼, 감독으로서도 자신만의 색깔과 철학을 갖추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벤투스에서의 실패, 튀르키예에서의 실전 경험, 삼프도리아에서의 리빌딩 도전은 그에게 중요한 자산이 되었고, 아직 젊은 지도자인 만큼 향후 다시 유럽 빅리그에서 지휘봉을 잡을 가능성도 높게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의 축구는 늘 ‘우아함과 지능’이 핵심이었고, 이는 감독으로서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향후 안드레아 피를로가 어떤 팀에서 어떤 전술로 다시금 주목받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